면역이야기 [인삼(홍삼), 기, 어린아이의 면역력, 장년과 노년의 면역력, 만성피로증후군]면역이야기 [인삼(홍삼), 기, 어린아이의 면역력, 장년과 노년의 면역력, 만성피로증후군]

Posted at 2020. 1. 23. 17:11 | Posted in 진료 이야기/비염 이야기

 

 

1. 제대로 알아보는 인삼 (홍삼) 이야기

 

넘쳐나는 텔레비젼의 건강식품 광고들이 목청을 높이며 강조하는 주제 중의 하나는 면역력 증강이다. KT&G의 정관장 굳베이스, 인삼협동조합의 홍삼정골드, 그 밖의 여러 회사의 인삼 제품들이 시청자들에게 면역력을 높이려면 인삼이나 홍삼의 엑기스를 먹으라고 아우성이다.

 

도대체 면역이란 무엇인지? 더 나아가 면역력이란 무엇인지? 한번 알아보자.

 

면역이란 몸밖에서 들어오는 외부 또는 비자기 (non-self) 물질을 인식하고 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보통 ① 생명을 위협하는 감염성 미생물이나 때로는 ② 생명을 되살리는 신장이식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여기서는 일반적 의미의 면역에 한정해 설명하기에 ②번의 경우는 다음에 논하기로 하자. 흔히 이야기하는 면역력은 감염에 대한 저항력을 이야기한다. 이는 선천적 면역 (innate immunity)과 적응면역의 결과인 획득 면역 (acquired immunity)에 의해 매개되어진다.

 

선천적 면역은 감염성 미생물이 몸안에 침범했을 때, 정교한 획득 면역계가 작동하기 전에 먼저 일차적으로 작동하는 면역이다. 항원의 구조에 상관없이 작동하는 자연살해세포 (natural killer cell)나 대식세포 (macrophage)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식작용에 의하여 미생물을 포식하고 활성화되어 획득면역계를 깨우는 작용을 한다.

 

획득 면역계는 선천 면역계가 일구어 놓은 현장에 뒤이어 투입된다. 항원의 구조를 인식하는 중무장 군대로, 항체를 형성하는 B세포 면역계와 세포사살을 담당하는 T세포 면역계가 있다.

 

우리들이 가볍게 생각하는 면역력이란 선천적 면역계를 이르는 말로 획득 면역계로 넘어가지 않고 1차적인 선천적 면역계에서 반응이 종결되는 능력, 즉 병에 잘 안 걸리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인삼을 약초로 활용하여 많은 방제를 구성했는데, 냉장고가 없던 시절 인삼을 오랫동안 보관하고자 고심했다. 그러다 인삼을 쪄서 말리게 되었는데, 이렇게 찐 인삼은 곰팡이에 강하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이것이 홍삼의 유래다.

 

인삼이나 홍삼에는 약용성분인 진세노사이드 (ginsenoside)가 존재하는데, 거품이 난다하여 진세노사이드를 다른 이름, 사포닌 [soap (비누) + nin (접미사)]으로 부르기도 한다. 사포닌은 그 구조상 알콜기가 2개 붙은 다이올계 사포닌 (diol saponin)과 알콜기가 3개 붙은 트라이올계 사포닌 (triol saponin)으로 나뉜다.

 

사포닌의 구조

 

홍삼 사포닌 중 다이올계 사포닌과 트라이올계 사포닌은 일반적으로 서로 상반되는 활성을 가지고 있다. 자연살해세포의 활성을 한쪽은 활성화시키고, 다른 쪽은 억제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식이다. 그러므로 홍삼 엑기스를 복용하면 상반되는 활성을 가진 두가지 사포닌 계열이 동시에 흡수되어 뚜렷한 활성이 없어진다.

 

실제로 방송광고 중의 인삼이 면역력을 높인다는 말은 다이올계 사포닌이나 트라이올계 사포닌, 또는 개별 사포닌만올 이용하여 얻은 연구결과를 가리키는 말이다.

 

한숟갈 퍼먹는 인삼 엑기스가 면역력을 올리는지에 대해서는 곰곰 생각해 보아야 한다.

 

 


2. 제대로 알아보는 기 (Qi) 이야기

 

일반인이 생각하는 면역력, 즉 병에 잘 걸리지 않는 능력은 항상성을 유지하는 능력이다. 일종의 완충용액처럼 작용하는 능력이다.

 

완충용액은 소량의 산이나 염기의 첨가에도 그 산도가 변하지 않는 용액이다. 면역력은 외부의 자극에 대해 인체 내의 평형 (질병이 없는 평안한 상태)을 잘 유지하는 능력인데, 이는 완충용액의 완충능 (buffering capacity)과 의미가 일맥상통하다.

 

한의학에서는 음양의 평형이 이루어진 상태에서 기가 충만할 때 위기衛氣가 충만하다, 즉 항병력이 충분하다라고 한다. 기氣는 양의 속성을 가진 것으로, 움직이고 가변적이다. 기의 한자어를 고찰하면 기의 특징을 더욱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기란 글자는 사람의 몸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작용으로 인해 에너지가 생성됨을 의미한다. 즉, 코로 하늘의 기운인 공기를 들여 마시고 입으로 땅의 물질인 쌀 (음식)을 섭취하여, 두가지 음양이 사람의 몸안에서 뒤섞여, 맑고 활동적이며 몸을 보호하는 기가 생긴다는 의미이다.

 

 

사실 면역력이란 기가 충만하고 어지럽혀지지 않은 상태를 말한다. 기를 올리는 처방으로 한의학에서는 고래로 사군자탕 (인삼, 백출, 복령, 감초)이나 보중익기탕 (황기, 백출, 인삼, 감초, 당귀, 진피, 시호, 승마)을 써 왔다.

 

여기서 한가지, 완충용액과도 같은 면역력의 정의를 다시 잠깐 떠올려보자. 일부 사람들에서 인삼을 먹으면 열이 나거나 뾰루지가 나고 두통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사람은 대체적으로 아토피가 있거나 상열감이 있고 얼굴이 붉고 양의 기운이 항성하여 음의 기운이 부족한 유형에 속하는 타입이다. 음양의 평형이 이루어 지지 않은 경우이다.

 

이런 사람에서는 음양의 평형이 먼저다. 즉, 양의 항성한 기운을 잠재우기 위해 음의 공급이 이루어져야 한다. 양이 지나치게 우세한 경우에 한의학에서는 사물탕 (숙지황, 당귀, 천궁, 작약)이나 백호탕 (석고, 지모, 감초, 맵쌀)을 써서 음양의 균형을 맞추어 왔다. 그리하여 잦은 염증을 억제하여 면역력을 정상화했다.

 

그러므로, 면역력을 기르는 방법은 인삼 엑기스를 먹기 보다는 음양의 평형을 맞추는 제철음식을 골고루 섭취하는 게 더 좋은 방법이다.

 


3. 어린아이의 면역력 이야기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 사춘기에 접어들어 성숙하고 노화와 함께 약해지는 노년을 거치는 과정은 양기陽氣의 생장화수장生長化收藏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나이 든 할머니는 추위를 잘 타지만 1살짜리 손녀는 겨울에도 땀을 빨빨 흘리며 기어 다닌다. 어른에 비해 아이는 양체陽體이기 때문이다.

 

생화학적 관점에서 애기하자면 아이는 물질 대사력이 훨씬 높기 때문에 체열을 많이 복사한다라고 할 수 있다.

 

온 국민의 보약으로 자리매김한 인삼은 사실 음양의 관점에서 볼 때 완전히 평平하다고는 할 수 없고, 그래도 양揚에 가깝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아주 허약아여서 양기가 약할 지경이 아니고서는, 어린아이에게 인삼을 많이 쓰지 않았다.

 

사춘기의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이다. 한참 이차 성징을 일으키는 성호르몬의 작용이 왕성한 때에는 더우기 인삼을 자주 쓰지 않았다.

 

인삼의 주요 약리 성분인 사포닌은 triterpenoidal structure에 당이 붙은 구조이다. 즉, 사포닌은 콜레스테롤과 유사한 골격을 가지기 때문에 성 호르몬 유사 작용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순양純陽인 유아기, 한참 변신중인 청소년기에 심한 약체가 아닌데도 인삼을 장기 복용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우리 조상들도 아이가 양기가 부족한 허약아이거나 소화흡수 기능이 많이 떨어지는 약체일 경우에는 인삼을 다른 약제와 배합하여 적절한 탕약으로 구성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면역력의 한의학적 개념은 무엇보다 음양의 균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양기가 많은 아이에게 양의 기운을 더 부어주는 인삼을 장기적으로 복용하는 현상은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따뜻한 약재는 차라리 노년 층에 맞다. 노년에 이르면 인체는 양의 기운이 약해지고 음이 우세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음기가 더 우세한 형의 노년층에게는 양의 성질을 지닌 약초를 먹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체내 호르몬의 분비 양상이 장년기에 비해 감소하거나 달라지기 때문에, 증상에 맞게 인삼을 복용하는 것은 권장할 만하다.

 


4. 장년과 노년의 면역력 이야기

 

젊은 시절에는 피곤이 무엇인지 잘 몰랐으나, 나이들면 조금만 무리해도 금방 여기저기서 사고가 난다. 성별을 불문하고 갱년기를 지나고 나니 몸이 예전같지 않다고 다들 난리다.

 

 

바야흐로 보약이라는 것이 떠오르는 싯점이다. 그래서 갱년기 이후의 남녀에서 인삼 엑기스를 한두번쯤 안 먹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왜 그럴까? 먼저 나이가 들면 양기의 감소가 일어난다. 즉, 물질대사능의 저하와 에너지의 불완전 연소가 일어난다. 그리하여 에너지의 부족증을 금방금방 느끼게 된다. 이른바 유통현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 다음 음기의 감소도 또 일어난다. 음기란 몸을 영양하고 재생을 일으키는 물질적 보고이다. 음기의 부족은 나이에 따른 피부의 윤기감소, 염증의 억제능력 저하, 배변시의 불편감, 수면의 질 저하, 타액을 비롯한 각종 분비물의 감소를 망라한다.

 

그래서 나이가 든다라는 것을 한의학적으로 표현하면 음양이 동시에 감소한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체질에 따라, 음기의 부족이 심한 사람, 양기의 부족이 심한 사람, 음양의 부족이 둘다 심각한 사람 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노년에 이르러서는 무리하게 양기만 집중적으로 보강한다든지, 음기만 집중적으로 보강하는 전략은 무리가 있다. 유년에 비해 노년은 음양의 절대양이 적고 상대적인 포용량도 적기 때문이다.

 

세대병 음양의 총량 (유년>장년>노년)

 

한의학의 방제는 한가지 약초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보통 4종류 이상 10 여가지의 약재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한 약재로는 미묘하고 독특한 개인의 체내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의학 방제는 여러가지 약초를 배합하여 개인의 특성에 맞게끔 미세한 조율을 해 음양의 균형을 맞춘다.

 

한의학은 맞춤의학 (customized medicine 또는 precision medicine)이다. 최근의 의학은 과거의 통계학적이고 정량적 의학에서 탈피하여 개인맞춤형의 정성적 의학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세계적인 대세다.

 

최근의 이러한 움직임은 개인적 특성을 무시한 채, 약물을 복용하는 집단이 유전적으로 동일한 집단이라는 가정하에 이루어져 왔던 과거의 정량적 통계의학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단일 약물의 섭취 및 효능 검정의 통계학적 처리 결과에 더이상 만족하지 않고, 개인맞춤형 치료에 따른 만족의 극대화으로 의료가 나아감을 지향한다는 것이다.

 

장년이나 노년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은  현재 개인의 신체내 생화학적 반응 및 활성의 체외 보고서인 셈이다. 완충력이 감소된 장년이나 노년에는 더욱 자신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의료가 필요하다. 

 

이노한의원 박경미 원장은 2020년 4월 미국의 맞춤형의학 콘퍼런스에 참여해 개인 맞춤형 면역력 강화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5. 만성피로증후군과 면역

 

생화학적인 단어인 면역력을 한의학적인 용어로 바꾼 것이 활기活氣이다. 활기차다는 것은 음양이 평형을 이루고 있으면서 기가 충만하다는 뜻이다.

 

면역력이 충만하다는 것은 곧 피로감이 없이 활기가 가득차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만성피로증후군이란 어떤 상태인가? 만성피로란 일정기간, 보통 6개월 이상의 기간동안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피로가 있는 것이다.

 

"의욕이 없고, 자꾸 눕고 싶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하루 종일 나른하고 멍하다" 등의 증상이 터져 나온다. 양방에서는 그 원인으로 부신의 기능저하, 우울증, 갱년기 등을 거론하지만 딱히 검사에서 분명히 이것이다 라고 지적할 만한 게 나오지는 않는다.

 

 

 

만성피로를 한방에서는 어떻게 접근할까? 한방에서는 5장의 생리와 연관지어 해석한다. 심한 탈력감이나 무기력, 가슴두근거림, 불면의 증상을 보이면 심장의 기가 부족하다고 변증한다.

 

움츠려들고 나른해하면 신장의 기가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노곤하고 사지가 쑤시고 불편하면 비장의 기가 부족하다고 본다. 숨이 가쁘고 추위를 잘타면 폐장의 기가 부족하고, 우울감이나 공포감이 들고 행동이 나태해지고 정신집중이 안되면 간장의 기가 부족하다고 본다.

 

만성피로의 원인을 5장의 기부족으로 변증하여, 5장 중 기가 부족한 해당 장의 기를 보충하는 처방과 침법으로 피로를 해결한다. 만성피로를 보는 한의학적인 5장 변증의 방법은 개인의 특성에 맞는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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